그분과의 만남

박우자 헤레나

성 김대건 안드레아 한인 천주교회, 워싱톤

 

우리가 감히 어떻게 그분에 대해서 알 수 있다 말할 수 있겠는가? 우리가 어떻게 그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얘기할 수 있겠는가? 어떻게 그분과 대화를 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그분과의 인격적 만남이 기도라 하였는데 이것이 정말 가능한 일일까? 주님께서는 우리 귀에 들리도록 말씀하시지 않는다. 이층 성가대에서 울리는 파이프 오르간 소리에 가슴이 뭉클하고 입장하시는 사제의 뒷모습을 보면서 마음에 잔잔한 기쁨이 솟는 것도 그분과의 만남이라 생각된다.

성경을 읽을 때 좋은 생각이 떠오르고 마음에 아름다운 감정이 솟아 오를 때 그것이 주님의 말씀이라 생각된다. 성경 구절 중에 마음이 와 닿는 구절이 나오면 빨리 지나치지 말고 그곳에 푹 머무르라 하였다.

우리가 어머니나 아버지께 또는 자매들에게 이야기를 나누듯 일상의 이야기들을 조용 조용히 해 드리는 것이 그분과의 만남이라 생각한다.

어두운 감실 안에 갇혀 계시는 그분을 늘 외면하고 사는 우리에게 한번도 손짓하신 적도 없이 그저 묵묵히 기다리신다.

우리가 성당에 들어서면 십자성호를 긋고 무릎만 꿇었지 그분께 눈길을 준 적이 있었던가? 미사 중에 이 생각 저 생각하느라 신부님 강론도 제대로 못 듣고 나온 적은 없었던가? 생각해 본다. 미사 끝난 후에 해야할 일들로 머리를 분주히 움직이는 우리 모습을 보시면 얼마나 한심하실까? 우리를 당신의 현존 안에 있게 하시고 당신께서 원하시는 것을 우리가 깨닫고 행할 수 있게 하소서.